고양이의 사회학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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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글 한국어는 다른 것

슈레딩거의 고양이 2017. 10. 9. 12:35

한글날 관련 기사를 보니 한글과 한국어를 구분 못하는 경우가 많다. 아래 기사도 그 예다. 박명수는 '한글 파괴'가 아니라 '한국어 파괴'를 한 것이다. 웃기려 사용한 것은 한국어지 한글이 아니다.


이런 그의 발언을 기자도 그대로 갖다 쓴다. 한글은 한국어를 표기한 문자 체계이다. 영어도 한글로 표기 할 수 있다. 반대로 알파벳(로마자)으로 한국어를 표기 할 수 있다.
'고종석의 문장'을 보면 한글과 한국어의 차이를 잘 설명해 준다.

"그런데 신문 사설에서조차 한글과 한국어를 혼동하는 일이 많습니다. 한글이라는 건 문자체계에 불과합니다. 그리고 한국어와 필연적 관련도 없습니다. 물론 한글은 한국어에 잘 맞게, 한국어를 표기하기 쉽게 만들어진 문자체계이긴 합니다. 한국어를 표기하는 데는 한글만 한 문자가 없습니다. 그렇지만 한국어를 꼭 한글로 표기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. 한글이 창제되기 전에는 한자를 빌려서 한국어를 표기했습니다. 이두라는 형식으로 말입니다. 그리고 한국어를 로마자로 쓸 수도 있습니다. '너를 사랑해'를 꼭 '너를 사랑해'라고 쓸 필연적 이유는 없습니다. 로마자로 'Neo reul saranghae'라고 쓸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. 설령 한글이 창제되지 않았다 하더라도, 한국어는 그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. 한국어를 한글과 혼동하는 것은 마치 영어나 이탈리아어를 로마문자와 혼동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. 몇 년 전엔가 인도네시아의 어느 소수언어를 한글로 표기하기로 했다는 소식 들으셨죠? 그것은 한국어와 한글 사이에 필연적 관련이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. 한국어를 한글 이외의 문자로 표기할 수 있듯, 한국어 이외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할 수도 있습니다. 스페인어로 너를 사랑해가 'Te quiero'인데, 이걸 한글로 '떼 끼에로'라고 표기할 수도 있습니다.
언어와 문자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. 심지어 한자와 중국어를 혼동해서도 안 됩니다. 한자는 중국어와 굉장히 밀착된 문자체계이긴 하지만, 그래도 그 둘은 다른 것입니다. 한자는 문자체계고 중국어는 언어입니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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